2018. 05. 10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스포일러 주의
사실 보고 온 지는 한참이 지났는데 그동안 내 게으름 때문에 감상문을 쓰길 미뤄온 작품이다. (거의 한달만이다.)
임영웅 연출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우리 교수님께서 예전에 추천해주신 적이 있어서 그 생각에 예매를 했던 작품이다.
부조리극을 직접 보게 된 것 역시 처음이었다. 부조리극은 보통 재미가 없다고 했는데 임영웅 연출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작품 속에 재치와 해학이 넘쳐 보면서 크게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다만 불만이었던 것은 극장 좌석이었다. 산울림 극장 좌석은 1열만 플라스틱 의자이고 2열부터는 평범한 극장 의자였는데 1열을 예매했던 나로서는 보는 내내 플라스틱 의자가 고통스러워 곤혹스러웠다. 마치 허리를 대패로 미는 느낌이었다...
이 의자로 얻은 효과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고통스러운 기다림'을 주인공들과 함께 온몸으로 체험하는 4D효과(?)라고 할 수 있겠다.(ㅋㅋ)
의자가 불편했기에 인물들의 고통에 더 이입할 수 있었지 않았나...라는 허튼소리를 해본다. 살면서 가장 불편했던 좌석은 2017년에 봤던 연극 <나쁜 자석> 극장의 의자였지만. (작품도 불호여서 극을 보다가 죽다 살아났다.)
먼저 무대는 크게 특별할 게 없었다. 2층에 올라가니 무대 위의 마른 나무를 전시해두고 있기에 그 밑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아마 무대보다는 배우들의 열연이 더 중요했던 작품이라 무대자체에는 크게 힘쓰지 않은 것 같았다. (이렇게 말하면 무대연출하신 분이 섭섭해 하실려나 모르겠다. 그런 의미는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최고였다. 쏟아지는 그 수많은 대사는 또 어떻게 외우셨고 그걸 능청스럽게 또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걸까? 배우들은 대체 뭘 먹고 연기를 하는걸까? (배우들 이름을 기억하고 싶어서 팜플렛도 소중하게 하나 가져왔다.) '소년'역의 이민준 아역배우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통통한 볼과 입술로 "모르겠어요!" 를 외치는 배우의 음성이 귀여웠다. (그렇지만 극 중 '소년'역은 말 그대로 희망고문 역할이라 마지막 장면에서 디디에게 이입하여 조금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ㅋㅋ)
그리고 '구세주와 두 도둑'이야기 같은 종교적인 내용이나 포조-록키의 관계, 고고-디디의 관계, 그리고 고도는 누구인지 등 내용도 흥미로웠다. 포조의 대사 "그러니 우리 시대가 나쁘다고 말하지 맙시다."가 기억이 나기도 한다. 또한 처음에 모자를 벗었다가 불편한듯 툭툭 털고 다시 썼다 툭툭 터는 디디나 배가 고파 순무대신 당근을 냠냠 먹고 포조가 던져준 뼈다귀도 능청스레 받아먹는 고고 배우님의 재치넘치는 연기도 너무 좋았다. 특히 디디 배우님의 꼭 고도에게 전해달라고 고통스럽고 처량한 감정 연기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록키 배우님의 대사 총따발(?) 장면은 경이로울 정도.
궁금한 점은 원래 <고도를 기다리며> 작품 자체가 이렇게 코믹한 연기가 많은지 궁금했다. 나는 예전엔 민음사에 나온 책으로 먼저 이 작품을 접했는데 활자로만 읽기에는 내 빈약한 상상력 때문인지 쉽게 무대에서 재현되는 극의 모습을 그려내긴 어려웠고 이번이 처음으로 무대로 만난 것이라 궁금하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옛날 영화로도 보고 비교해볼까? 재밌을 것 같긴하다...
아무튼 배우님들의 연기가 뛰어났고 몰입이 강해서 즐거웠던 작품이다. 나중에 다시 올라온다면 또 보러가볼까 생각하고있다. (물론 같은 극장이라면 또 1열로 잡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감상문을 더 길게 쓰지 못한 이유는 보고 온지 벌써 한달이나 되었기 때문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도 있다. (...) 이 부분은 정말 반성하고 있다. 앞으로는 좋은 감상문을 위해서라도 작품들을 보고 오면 바로 노트북 앞에 앉아서 뭐라도 써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