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듀나, 이영도 등 <오늘의 장르문학>

김줌줌 2018. 6. 9. 23:01


 2010년에 나온 책이라 이제 와서 읽기에는 늦은 감이 있지만 사실 요즘 '장르문학'에 관심이 부쩍 많아진 터라 도서관에서 슬쩍 가져와서 읽어보았다. 먼저 여러 작가들의 단편 수록집이라 듀나<디북>, 이영도<에소릴의 드래곤>, 은림<만냥금>, 구병모<재봉틀 여인>, 장은호<생존자>, 정명섭<바람의 살인>, 최혁곤<밤의 노동자>, 김탁환<실 인간-평화로운 전쟁>, 임태운<가울반점>, 문지혁<체이서> 이렇게 구성되어잇다. 그러나 나는 최혁곤<밤의 노동자>, 임태운<가울반점>과 문지혁<체이서>를 읽다가 흥미를 잃어버려 거의 읽지 않았다. 고로 두 작품 감상은 따로 남기지 않겠다. 나머지 작품들에 대한 감상도 짧을 예정이다.




 듀나<디북>은 '오 이런게 SF인가?'라는 느낌이 물씬 드는 단편이었다. 사이버 세계 아바타 놀이 같기도 하고 죽음을 재해석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세계관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마지막에 삶과 죽음이 인간과 다르게 교차되는 생명체의 독백은 살짝 이해하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영도<에소릴의 드래곤>은 말 그대로 고전적인 판타지 세계관이었지만 그런 세계관 속에서 조금 빗나간, 독특한 캐릭터 사용이 독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과 차별성을 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영도 작가의 다른 판타지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런 게 이영도식 판타지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작가의 재치가 잔뜩 보이는 작품이었다.


 은림<만냥금>은 고전소설의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런 고전소설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느낌이었는데 내가 주인공에게 크게 이입하지 않아 크게 재미를 느끼진 않았다. 처음에는 흥미로워 술술 읽혔지만 갈수록 식어 그저 그랬다.


 구병모<재봉틀 여인>은 사실 이번이 처음 읽은 게 아니다. 난 이 작품을 아주 오래전에 본 기억이 있다. 아마 내가 초등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내 기억이 맞다면 <재봉틀 여인>은 네이버 문학에서 공개한 적이 있는 작품이다. 그때 한 번 읽고 구병모 작가 특유의 묘사에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니 여전히 좋아하는 느낌의 문장이지만 그때와 같은 충격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옛생각이 나서 좋았다. 

 사담이지만 구병모 작가의 작품을 처음 사게 된 것은 <아가미> 였다. 이 책을 사게 된 장소는 서울대학교였는데 제주도 촌년이었던 나는 서울대학교 캠퍼스를 처음 가본 두근거림에 뭐라도 기념하러 무작정 서울대학교 서점에 들어가서 표지가 예뻤던 이 책을 골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책같은건 제주도 서점에서도 살 수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후회했던 기억이 난다.ㅋㅋㅋ 그렇지만 소설이 정말 재밌고 묘사가 아름다워서 금세 빠져들어 이사갈 때마다 맨처음 챙기는 책이 되었다. 그때 산 소설 <아가미>는 아직도 본가에 있다.


 장은호<생존자>는 단편 영화로 만들면 더 재밌을 것 같다. 아니면 웹툰. 전개자체는 영화 '쏘우'가 생각나기도 한다. 제목에서 반전이 해소되는 게 좋았다. 


 정명섭<바람의 살인>은 정말 재밌었다. 추리하는 과정도 흥미로웠고 또 사극?이라는 점도 즐거웠다.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군대에서도 일어나는 폐해를 그대로 그린 듯한 스토리가 시대를 뛰어넘는 인간의 추악함을 보여주는 듯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작품 역시 제목이 악한 캐릭터의 변명거리이자 결말이 되는 게 좋았다. 


 김탁환<실 인간-평화로운 전쟁>의 주인공이 작가 자신으로 그려내면서도 비현실적인 요소를 과감없이 넣은 게 즐거웠다. 사실 여기서 '강영호'라는 캐릭터가 사실 작가의 담당편집자 캐릭터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사실 작가의 SOS신호가 아닐까!?) 작가라면 소재를 따지지 않고 쓴다는 데 정말 이런 상상까지 하는건가 싶었다. 


 나름 즐겁게 읽었던 것 같다. 다만 시간이 꽤 흐른 작품들이라 약간 구린 설정이라고 느낀 부분들도 있었지만 작가들의 최신작을 읽고픈 갈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