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 작품의 원제는 The Head of Professor Dowell이며 아주 정직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원제 그대로 번역했어도 괜찮았을텐데 어째서 <브레인 체이서>라고 따로 제목을 붙였는지는 모르겠다. 


the head of professor dowell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영역본 표지인 것 같은데 상당히 SF적인 기묘함을 담고 있는 일러스트다. ㅋㅋㅋ)


 이 책은 SF소설이며 알게 된 것은 다른 사람의 추천 때문이었다. 전자책으로만 나오는 SF단편소설 시리즈인 SciFan은 가볍게 읽기에 좋다고 추천 받았다. 그런데 무려 99권까지나 나온 시리즈라 다 읽자니 아득하기만 하다. (...) 읽기 전에 다른 이들의 감상평을 살펴보고 싶었는데 검색해도 이렇게나 깨끗하게 감상평이 나오지 않는 책은 처음이라 당혹스러웠다. 아무래도 오래된 책인데다가 SF라는 장르의 벽 때문에 국내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그렇지만 나는 상당히 즐겁게 읽었다. 

 다만 출판사에 불만이 있다. 오타검수를 아예 안 하는걸까? p.6에서부터 나오는 오타는 자꾸 읽는 도중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아주 기초적인 부분에서도 오타가 심해서 짜증이 났다. 

 1925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가의 SF적 상상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SF작가들은 미래를 공상하기 때문에 시대를  앞서가는 걸까? 최근에 나온 작품이라고 누가 설득하면 홀라당 믿어버릴 것 같다. 


 먼저 스토리는 마리 로랜이 케른 교수의 조수로 들어가면서 머리만 남은 외과의사 다우웰 박사와 마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우웰 박사는 사람을 되살리는 연구를 하던 과학자였고 케른교수와 함께 연구를 했다. 그러나 천재 다우웰 박사에게 은근한 열등감을 느끼던 케른 교수는 다우웰 박사를 죽인 후 그들의 연구 방법으로 머리만 되살린다. 다우웰 박사를 케어하는 역할이 주어진 로랜은 그의 머리를 신중하게 보살피던 중 다우웰 박사가 사실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와의 대화에서 케른 교수의 악행을 듣게 된다. 다우웰 박사의 머리, 케른 교수, 로랜, 그리고 2권에서는 다우웰 박사의 아들인 아서 다우웰과 그의 친구 래렛, 사고를 당했으나 케른 박사에 의해 소생된 또 다른 머리 브리켓을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읽으면서 스토리가 막힘없이 잘 흘러가고 중간중간 재미있는 대사와 장면들, 또 윤리와 과학적 성과, 사회적 명성 사이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가 있던 소설이었다. 

 특히 캐릭터 설정을 한다면 이런 방식으로 해야하는 거구나! 생각했다. '악'을 그려내는 방식이 좋았다. 픽션 속의 악들은 굉장히 논리적이고 그런 악행이 합당한 게 느껴지게 하지만 그들이 말하난 논리 속에는 궤변이 있다. 그리고 그런 궤변과 악이 가장 원했던 목표 때문에 무너지는 악, 이 소설의 케른 교수가 딱 그런 유형이었다. 물론 뒤에 가서는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철옹성 같은 케른박사가 갑작스럽게 망조를 타면서 '어? 전개가 갑자기 너무 빠른 것 아니야?'하고 느껴진다. 그러나 케른 박사가 무너졌던 방식을 생각해보자. 케른 교수는 연구하는 내내 다우웰 박사에게서 시기심을 가지고 그를 죽여서 공로를 전부 가지려고 하였고, 정의로웠던 로랜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하여 통제하려고 들었다. 또한 실험자들에게 인도적인 태도보다는 단지 남들에게 보여줄 '서커스'에 사용되는 동물취급을 하며 사회의 명예와 관심을 독차지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토록 통제하려고 했던 로랜의 폭로로 가장 빛나고 그가 끝내 성공을 거둬야했던 자리에서 그의 계획에 금이 가 고 결국에는 허망하게 끝이 난다. 이 소설로 영화를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 


 다만 곳곳에서 보이는 작가의 여성혐오적 시선이 버거웠다. 주요인물들 중 브리켓은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던 가수였는데 심장에 총을 맞아 사망하게 된다. 그렇게 머리만 소생된 그녀는 새로운 몸을 주겠다는 케른 박사에게 "세상에, 제가 다시 걸어다닐 수 있다고요? 감사합니다!" 라는 태도보다 "몸은 무조건 아름다운 여자의 몸이어야한다구요!"라고 까탈스럽게 말한다. 솔직히 아주 평면적이고 술집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느낌의 캐릭터였다. 브리켓이 보이는 미모에 대한 집착은 머리만 남아있을 때 극에 달해서 더 기묘하고 소름끼쳤던 것 같다. 또한 케른과 로랜이 처음으로 만나는 면접자리에서 케른이 보여준 여성 혐오적인 발언들은 참기 힘들어서 중간에 읽지말고 끊을까 싶었다. 아마 작가는 '아름다운 여성들이라면 외모에 가장 큰 관심이 있겠지!'라는 고정관념이라도 있었던 듯 싶다. 


 "짧은 스커트는, 당신처럼 멋진 다리를 가진 사람에게 잘 어울려요. 내 다리. 내 다리. 당신 혹시 내 다리를 본 적이 있나요? 예전에 내가 다리를 움직이며 춤을 출 때는 남자들이 광분했다구요."

 케른 교수가 연구실로 들어 왔다.

 "요즘 어떤가요?"

 "이봐요. 교수님. 저는 이렇게 살 수는 없어요. 제게 다른 여자의 몸을 붙여 주세요. 예전에도 요청했지만 지금 다시 요청하는 거예요. 저는 당신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p.51



 그런데 웃긴 점은 작가의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브리켓은 이런 외모에 대한 집착으로 좀 더 입체적인 인물이 되었다! (이건 정말 의외였다.) <사씨남정기>에서 지고지순한 사씨보다 교씨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처럼 몸에 대한 집착을 크게 가졌던 브리켓은 원하는 몸을 가지게 되자 그녀를 잡아두려고 하는 케른 교수를 뒤로 한 채 탈주를 한다.



 "불행히도 지금 집에 가실 수는 없습니다. 이 곳에 더 머무르면서 제 모니터링을 받아야 합니다."

 "왜요? 저는 지금 괜찮은 상태예요." 장난스레 손을 놀리며 브리켓이 대답했다.

 "그래요. 그렇지만 갑자기 안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 때는 다시 돌아오겠어요."

 "당신은 제가 아니었다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잊으시면 안됩니다. 당신이 떠날지 말지에 대해서는 제가 더 잘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미 감사 인사를 드렸어요. 저는 어린 소녀나 교수님의 노예가 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거라고요."

-p.96



 브리켓은 보통 '은혜를 입은' 사람의 태도는 아니다. 그는 완벽한 몸을 원했다. 아름답고, 춤을 출 수 있는 '자유의 몸'을. 그렇기 때문에 케른 교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스스로 선택하여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이다. 케른 교수는 도망친 그를 금방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방심했다. (분명 케른 교수는 브리켓을 머리 빈 여자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케른 교수는 브리켓으 그에게 스스로 돌아올 때까지 브리켓을 잡지 못했다. 과연 캐릭터의 성격과 욕망이 어떤 식의 행동으로 드러나느냐가 작품에서 큰 관건이 되는 것 같다. 


 반면 이런 브리켓과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은 로랜이다. 로랜은 브리켓처럼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지적이고 정의롭다. 그는 브리켓처럼 이기심에 도망가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신념에 따르는 사람이다. 대척점에 선 듯한 이 두 여성은 결국 함께 케른 교수를 궁지에 몬다. (로랜은 케른 교수를 폭로하고 브리켓은 케른 교수의 악행을 래렛에게 말하여 다우웰의 아들 아서가 다우웰에게 생긴 끔찍한 일들을 알게 한다.) 그들의 방식은 폭로이다. 브리켓은 겁에 질려서 폭로를 하고 로랜은 악을 처단하기 위해 폭로를 한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든다. 그럼에도 나는 이들의 방식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느낀다. 그들에게 좀 더 힘이 있었더라면 아서와 래렛에게 '구원투수' 역할은 맡기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나는 아서와 래렛의 중요함을 크게 모르겠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주제는 '윤리'와 '성취' 간의 갈등이다. '윤리' 쪽에 서있는 사람은 로랜, '성취' 쪽에 서있는 사람은 케른 교수라고 볼 수 있다. 


 공기 밸브가 없이 브리켓은 조용해졌지만, 그녀의 입술과 얼굴 표정은 공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교수님. 그녀의 의사에 반해서 수술을 강행해도 될까요?" 로랜이 물었다.

 "그런 윤리적인 문제로 논쟁할 시간이 없습니다. 결국에는 그녀가 우리에게 고마워 할 것입니다. 주어진 일을 하든지 아니면 방해하지 말고 나가시오." 교수가 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p.87


 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케른 교수는 윤리를 아주 '개똥'으로 보는 사람이다. 실험대상자가 공포에 질리든 말든 그는 관여하지 않고 수술을 집행한다. 로랜은 이런 케른 교수의 비인간적인 면에서 분노를 느낀다. 그러면 생각해보자. 만약 '사람을 되살릴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과학자가 기본적인 윤리의식도 없다면? 그건 기술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지탄받아야한다. 하지만 케른 교수는 로랜에게 계속해서 가스라이팅을 가한다. 이건 다 이 사람을 위한 일이다, 나의 기술로 세상은 평안해진다. 등.


 "좋아요. 훌륭하군. 그럼 당신 혼자서 나를 고발하려고 하는 계획이군요. 다우웰의 머리에 어떤 일이 일어나던지 상관 없이 나를 감옥에 집어 넣을 생각이군요. 선이 실현되지 못한다면, 적어도 악이라도 처벌을 해야겠군요. 그것이 당신의 생각이군요. 로랜 양?"

 "악은 처벌 받아 마땅해요." 로랜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외쳤다.

 "당연하죠. 천국에서는 그렇겠죠." 케른이 검은 오크로 만든 천장을 쳐다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 지상에서는 말이오. 당신처럼 순진해 빠진 인간은 모르겠지만, 악이 언제나 승리한다오. 오직 악만이 언제나 승리하죠. 선은 손발이 붂여서 가만히 앉아있고, 악에게 동전 한 푼을 구걸합니다. 저기 연구실에 머리만 남아 있는 다우웰처럼 무기력할 뿐입니다."

 -1권 p.64



 "좋아요. 로랜 양. 당신의 그 좁아 터진 도덕적 관념에서 벗어나 보세요. 내가 아니었다면 다우웰 박사는 무덤 속에서 부패해서 흙이 되어 버렸을 겁니다. 그리고 그의 실험은 중단되었겠죠. 다우웰 박사가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내 덕분인 것이죠. 게다가 다우웰은 내가 없었다면 수술 자체를 할 방법이 없었소. 당신도 알다시피 사람의 두뇌는 이식된 장기나 신체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죠. 하지만 브리켓의 머리는 새로운 몸과 멋지게 접합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가진 외과 의사로서의 기술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다우웰 박사의 두뇌와 나의 기술이 협력해서 세계 최대의 업적을 이루어 낸 것입니다.

 이 손은 매우 큰 가치를 가진 것입니다. 이 손은 지금까지 많은 생명을 살려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중략)"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대가로 그렇게 되겠지요." 로랜이 답했다.

 "두 명의 울음이 하나로 줄어들 겁니다. 두 개의 시체가 하나의 시체로 줄어들 겁니다. 만약 당신이 그 낡은 도덕관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하고 인류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당신은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나를 고발하는 것은 다우웰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다른 수 천명의 생명을 죽이는 것이에요. 나는 미래에 수 천명의 생명을 구할 사람입니다. 내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더라도 당신의 고발은 나의 범죄보다 수 천배 나쁜 행위가 될 겁니다. 다시 생각해보시오."

-2권 p.45


 정말 논리적으로 나쁜 놈이다. 나쁜 놈들은 왜 이렇게 말을 잘할까????

 하지만 케른 교수의 이 논리는 아주 엉망진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다우웰 박사는 지병인 천식이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심한 천식은 아니었다. 분명 몸 관리를 잘 한다면 더 오래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케른은 다우웰을 죽인 후에 머리만 남기고 '지병인 천식에서 벗어나게 해줬다.'라는 변명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다우웰 박사의 동의는 일절 없었다. 단순히 케른 교수에게 기술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신처럼 남의 몸을 붙였다 뗐다 할 권리는 없다. 또한 로랜의 고발이 나쁜 행위라고 주장하는데, 이것이야 말로 궤변이다. 케른 교수가 다우웰을 죽이지 않고 계속 함께 연구를 했더라면 그 성취 역시 함께 나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케른 교수는 다우웰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에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범죄행위까지 나섰다. 심지어 그 과정 속에서 고문까지 눈 깜빡하지 않고 일삼는다. 로랜의 고발은 케른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결과다. 그러나 케른은 열심히 로랜의 잘못이라고 우긴다. 그리고 꼭 이런 나쁜 놈들은 '인류의 미래'를 들먹인다. 

  

이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재밌는 장면도 있었다. (작가의 재치가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맞아요., 그리고 이상한 일이기도 하지. 내가 살아있을 때 나는 스스로가 완전히 사유의 힘으로 살아 간다고 생각했어요. 내 몸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연구에만 열중했죠. 그러나 이렇게 몸을 잃고 나니 내가 얼마나 큰 것을 잃었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소. 가끔씩 생각한다오: 꽃 향기, 마른 건초의 향기, 숲, 긴 산책, 파도 소리. 후각과 청각 등 다른 감각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 감각을 불러 일으키는 세계와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오. (중략) 향기만을 재현한 인공적인 향은 결코 수 천 가지의 사물들과 연결된 자연의 향기를 대체할 수 없어요. 몸 잃는다는 것은 내 세계 전체를 잃는 것과 같소. 내가 지각하고, 만지고, 느낄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거요.(중략)"

 -1권 p.19~20


 몸을 잃고난 다우웰이 몸의 소중함에 대해 애달프게 말할 때 나 역시 내 몸을 너무 함부로 대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더 하다. 한참 운동을 하며 체력을 길러야 할 청소년 시기에는 오직 앉아서 공부만 하도록 시키고 몸의 소중함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이게 과연 옳은 것일까? 인간이 육체와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왜 우리는 정신에만 집착을 보이는 것일까?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건강한 몸엔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이 부분을 읽으며 코피 흘려가며 공부만 해야하는 학생들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지 한탄했다. 몸은 곧 경험을 받아드리는 곳인데, 우린 너무 소중한 것들을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닐까?



 "(중략) 케른은 담배를 계속 피우면서, 연기를 내 얼굴에 뿜어 내고, 전류의 양을 계속 높였소. 내가 살짝 눈을 뜨자, 케른이 그러더군. '빌어먹을. 난 당신의 그 잘난 두뇌가 필요하지 않아. 차라리 다 구워 버리고 내 강아지에게 밤으로 주는 것이 낫겠군!' 그 후, 그는 갑자기 내게서 적극을 떼어 내더니 연구실을 나가 버렸소."

 "(중략) 내가 승리했던 것이오. 케른은 며칠 동안 연구실로 돌아 오지 않았소. 5일이 되던 날, 케른이 휘파람을 불면서 연구실로 들어 섰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를 쳐다 보지도 않고 자기 연구를 계속 하더군. 나는 그를 2~3일 정도 지켜봤소. 그런데, 그 연구가 내 흥미를 끌었소. 실험 도중 케른이 몇 가지 실수를 하는 것을 지켜 보다가 나는 결국 한숨을 쉬고 케른에게 밸브를 열도록 신호했소.(중략)"

 -1권 p.30


 읽으면서 가장 크게 웃었던 부분이다. 연구에 협조를 하게끔 협박과 고문까지 하던 케른이 굴하지 않는 다우웰에게 화가 치민다. 그러나 한 가지 꾀를 내어 다우웰의 앞에서 무심히 실험만 하자 지적 능력이 뛰어난 다우웰은 참지 못하고 연구에 협조하는 장면이다. 정말 재치있는 장면이다. 온갖 고문에도 굴하지 않던 사람이 몇 가지 실수가 있는 연구에 결국 태클을 걸고 만다니. 다우웰이 얼마나 순수하게 지적 성취를 이루고 싶어하는 사람인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케른은 오늘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시체 안치소로 가봐야 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잠에 빠져 들자 마자 케른의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예. 케른 교수가 맞습니다. 뭐라고요? 열차 충돌 사고요? 시체가 많이 나왔다고요? 세상에나! 당연히 지금 달려 가겠습니다. 금방 도착합니다. 감사합니다."

-1권 p.83


 열차 충돌 사고가 일어나서 많은 사상자가 나오자 순수하게(...) 기뻐하는 케른의 장면이다. 이렇게 기뻐하는 케른은 소설 전체를 통틀어 거의 유일하다.(흠...) 하지만 이렇게 순수한 기쁨을 드러내는 악역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없어서 인상이 깊었던 장면이다. 


글이 참 많이 길어졌다. 그만큼 내가 소설을 읽으며 보았던 포인트가 많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옛날SF도 참 재밌다는 것을 깨달았다. 좀 더 많은 SF소설들을 읽어볼 생각이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